“불 끄러 갔다가 내 차가 박살”… ‘불구경 운전’이 만든 황당한 수소차 사고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26-02-26 1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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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보배드림

 

한겨울 퇴근길, 화재 차량을 돕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웠던 한 운전자가 오히려 2차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불타는 사고차 돕다가 제 차가 박살나는 걸 눈앞에서 직관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월 7일, 퇴근길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차량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중 한 차량의 보닛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운전자는 충격으로 차 밖에 나와 주저앉은 상태. 하지만 퇴근 시간대였던 탓인지, 대부분 차량은 사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쳤다.

 

▲ 출처=보배드림

 

A씨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었다”며 반대편 차선에 차량을 세우고 비상등을 켠 뒤, 차량에 비치해 둔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마침 지나가던 셔틀버스 기사 한 명도 함께 합류했고, 두 사람의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는 큰 피해 없이 진압됐다.

 

“그래도 큰 불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안도한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 눈앞에서 벌어진 ‘쾅’… 8미터 밀려난 차량

 

불을 끄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던 A씨는 영화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반대편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이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 출처=보배드림

 

뒤에서 달려오던 폭스바겐 파사트 차량이 화재 현장을 구경하느라 전방 주시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은 것. 이른바 ‘불구경 사고’였다.

 

A씨 차량은 주차 상태(P)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8미터가량 밀려나며 겨우 멈춰 섰다.

 

# 2년 탄 무사고 수소차… 수리비만 516만 원

 

A씨 차량은 2년간 무사고로 관리해온 현대차 넥쏘 수소차였다. 사고 과실은 파사트 운전자 100%로 나왔고, 수리비 견적은 516만 원. 하지만 문제는 단순 수리비에서 끝나지 않았다.

 

▲ 출처=보배드림

 

사고 이력이 남으면서 중고차 감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순식간에 애지중지하던 차가 사고차가 됐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 “왜 나서냐”는 주변 반응… 선행은 손해일까

 

더 씁쓸한 건 주변 반응이었다. 지인들은 “왜 굳이 남의 일에 나서냐”, “그냥 지나가지 그랬냐”고 말하며 오히려 A씨를 타박했다.

 

A씨 역시 “다음엔 그냥 지나쳐야 하나 싶다가도, 또 그런 상황이 오면 몸이 먼저 움직일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 출처=보배드림

 

이번 사연은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선의’와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불구경 운전’… 또 다른 위험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이나 화재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시선을 빼앗기는 행위가 2차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도로교통공단 통계에서도 ‘전방 주시 태만’은 후방 추돌 사고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한 교통 전문가는 “사고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구경 심리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라고 경고했다.

 

▲ 출처=보배드림

 

# 그래도, 누군가는 멈춰야 한다

 

A씨의 사연은 수만 건의 조회와 수백 건의 추천 및 댓글을 받으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도 당신 덕분에 누군가는 살았을 수 있다”, “세상이 각박해도 이런 분들이 있어 다행이다”, “감가보다 더 값진 일을 하셨다”

 

비록 차량은 사고차가 됐지만, 그의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선행이 손해가 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누군가는 여전히 멈춰서 사람을 구해야 한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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