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 100톤이 차량 850대 연료로…스즈키의 이색 실험

조윤주 기자 / 기사작성 : 2026-07-17 17: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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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100톤이 차량 850대 연료로…스즈키의 이색 실험

▲ 인도의 ‘바나스 스즈키 바이오가스 플랜트’ <출처=스즈키>

 

소의 분뇨가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로 바뀐다. 엉뚱하게 들리지만, 스즈키가 인도에서 시작한 바이오가스 사업은 이미 차량 수백 대에 연료를 공급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농가에서는 골칫거리였던 분뇨가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자동차는 석유 대신 현지에서 생산한 연료로 달린다.

 

스즈키는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소 분뇨를 차량용 압축 바이오가스(CBG)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즈키의 인도 연구개발 자회사와 인도 전국낙농개발위원회(NDDB), 현지 낙농조합 바나스 데어리(Banas Dairy)가 함께 참여한다.

 

핵심 시설은 구자라트주 바나스칸타 지역에 있는 ‘바나스 스즈키 바이오가스 플랜트’다. 스즈키가 직접 차량용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첫 번째 시설로, 2025년 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하루 최대 약 100톤의 소 분뇨를 처리해 약 1.5톤의 압축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스즈키의 소형 CNG 차량을 기준으로 하루 약 850대가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 인도의 ‘바나스 스즈키 바이오가스 플랜트’ <출처=스즈키>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농가에서 수거한 소 분뇨를 밀폐된 시설에 넣고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하면 메탄이 포함된 가스가 발생한다. 이를 불순물이 없는 상태로 정제하고 압축하면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CBG가 된다.

 

완성된 바이오가스는 일반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에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전용 엔진이나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개발하지 않아도 기존 CNG 차량과 주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인도는 이미 소형 승용차와 택시, 오토릭샤 등을 중심으로 CNG 차량이 널리 보급돼 있다. 특히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CNG 승용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는 스즈키의 기존 차량 사업과도 직접 연결된다.

 

현지 바이오-CNG 충전소에는 하루 약 600~700대의 차량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가격은 1kg당 약 80루피(약 1200원)로, 지역에 따라 휘발유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값싼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농가는 그동안 별다른 경제적 가치가 없던 소 분뇨를 판매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수거한 분뇨에서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발효 이후 남는 찌꺼기는 유기질 비료로 가공해 다시 농경지에 공급한다.

 

소가 분뇨를 만들고, 분뇨는 자동차 연료가 되며, 남은 부산물은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다. 우유와 자동차, 연료와 비료가 하나의 지역 경제 안에서 연결되는 셈이다.

 

환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소 분뇨가 야외에서 자연적으로 썩으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 바이오가스 시설은 이 메탄을 포집해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축산 폐기물 처리와 온실가스 저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인도는 원유와 천연가스 상당량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반면 소 분뇨와 농업 부산물은 농촌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바이오가스를 확대하면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일부 낮출 수 있다.

 

 

스즈키는 바나스 데어리 등과 함께 구자라트주에 여러 바이오가스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2026년 1월에는 두 번째 시설의 문을 열었으며, 현재 가동 중인 시설을 포함해 총 5개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북동부 아삼주에서도 새로운 압축 바이오가스 시설을 세우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구자라트에서 시작한 사업을 다른 낙농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바이오가스가 당장 휘발유나 경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분뇨를 대량으로 수거할 물류망과 처리 시설이 필요하고, 생산된 가스를 충전소까지 운송하기 위한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초기 투자비가 크다는 점도 과제다. 농촌 지역에 소규모 시설을 무분별하게 건설하면 원료 확보와 연료 운송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대형 낙농조합처럼 이미 농가 네트워크와 수거 체계를 갖춘 사업자와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스즈키의 바이오가스 사업은 자동차의 미래가 반드시 배터리와 수소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CNG 차량이 널리 보급된 인도에서는 소 분뇨도 충분히 현실적인 자동차 연료가 될 수 있다.

 

인도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 분뇨가 이제는 자동차와 트럭, 오토릭샤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변하고 있다. 스즈키가 찾은 새로운 연료의 해답은 첨단 연구소가 아니라 농장 바닥에 있었던 셈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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