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자동차 디자인을 포함한 창의적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 고든 바게너(Gorden Wagener)는 현재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바게너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는 겉보기에는 세련된 렌더링을 만들고 조명 효과로 스케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지만, 실제 차량 설계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는 이미 수많은 AI 생성 렌더링이 넘쳐나, 새로움이라는 매력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제조사가 의미 있는 쇼카를 만들어내기가 점점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바게너는 메르세데스가 “각 모델마다 뚜렷한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독창성을 유지한다”면서 “E클래스는 스포티한 감각, S클래스는 장엄한 우아함, SL은 순수 성능, 마이바흐는 최고급 럭셔리를 대표하도록 디자인한다”라고 설명했다.

바게너는 과거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AI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AI를 사용하면 99%는 쓰레기 같은 결과물이 나오고, 좋은 것을 골라내는 과정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당시 “1%의 유용한 결과물은 계속 학습하며 개선된다. 앞으로 10년 안에 대부분의 디자인이 AI로 이뤄질 수 있으며, 결국 디자이너는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내 후임은 사람 대신 기계가 될 것이고, 내 연봉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바게너는 현재 전통적 디자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차세대 C·E클래스, 업데이트된 S클래스, 소형 G클래스 등 다양한 신차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달 초 뮌헨에서 공개된 새로운 GLC EV는 향후 메르세데스 모델 디자인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평가된다.
바게너는 “그릴 디자인은 처음 계획에는 없었지만, 올라 켈레니우스(Ola Källenius) 메르세데스 회장 겸 CEO와의 논의 후 추가됐다”면서 “시간과 자원이 더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을 통해 바게너는 AI 디자인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지적하며, 당분간은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이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AI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음을 예상했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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