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어백 잘 터졌다”가 기사가 되는 현실

이장훈 기자 / 기사작성 : 2021-02-25 1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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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가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고 당시 탔던 자동차가 국산차 제네시스 GV80이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각) 오전 7시 12분 미국 캘리포니아 LA 교통경찰 당국이 브리핑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단 타이거 우즈의 제네시스 GV80 차량이 전복사고를 일으킨 장소는 호손불러발트와 팔로베르데드라이브 노스이며, 평소 잦은 사고가 발생하는 내리막 커브길이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 현장에는 브레이크를 잡은 스키드마크가 없었고, GV80은 차량이 도로 경계 구조물로부터 약 213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추락했다. 

 


사고 당시 타이거 우즈는 미국 프로골프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공식 후원 차량인 GV80 내부에 갇혔으나, 의식이 있었고 경찰과 의사소통 또한 가능했다.

경찰은 도끼와 핼리건 장치를 이용해 양다리에 부상을 입은 그를 차에서 구조한 뒤 즉시 응급실로 이송했다. 구조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경찰은 “생명의 위협이 되는 부상은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으로 “이날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 NFL 드루 브리스와 저스틴 허버트와 함께 골프를 치려고 골프 라운딩 티업 시간 맞추기 위해 과속하다 차량이 전복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까지가 미국 교통 당국이 발표한 공식 내용이다. 그런데 사고를 계기로 현대차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근거는 카를로스 곤살레스 LA 카운티 보안관이 했던 발언이다. 그는 “우즈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면서 “차량 내부는 거의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였다. 에어백도 잘 터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차량이 구르는 전복 사고에서 에어백이 터졌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차량에 큰 충격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터지면서 탑승자를 보호하는 게 에어백의 역할이다.

또한 ‘차량 내부가 손상되지 않았다’, 즉 필러가 내려앉지 않았다는 것도 역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필러는 사고 시 실내 탑승객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품이다.

지난 2월 초 당진-대전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현대차 스타렉스는 A필러와 B필러가 완전히 찌그러지거나 이탈하면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타이거 우즈의 트위터에서 아니시 마하잔 의료센터 최고 책임자는 “우즈의 오른쪽 다리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산산조각 나고 피부를 뚫고 나왔다. 정강이뼈에 철심을 삽입하고 발과 발목뼈는 나사와 핀으로 고정하는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꼬리가 머리를 흔들면 기사가 되지만, 머리가 꼬리를 흔들면 기사가 안 되는 게 언론계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엔 ‘머리가 꼬리를 흔들었다’가 기사가 된 꼴이다. 에어백이 터지고, 필러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게 기사되는 것이 현대차의 현실이다. 

 

더드라이브 / 이장훈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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