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정의선에 심한 배신감…” 이유는?

이장훈 기자 / 기사작성 : 2020-10-22 11: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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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배스'에 단단히 화난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조가 분노를 표명했다.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이 끝나자마자 현대차가 ‘빅배스(Big bath, 부실 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여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를 단행한 데 대해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22일 ‘경영진을 경질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현대차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한 건 현대차가 2조 1000억 원 규모의 거액 충당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타Ⅱ 엔진 품질 비용에만 5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본보 10월 19일 보도 ‘‘세타 엔진의 저주’ 현대기아차 3분기 실적 충격‘ 참조). 

성명서에서 현대차 노조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손익계산법”이라며 “영업이익을 통째로 적자 처리한 데 대해 조합원들은 분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피땀 흘려 남긴 이익금을 통째로 마이너스 적자 처리하는 작태에 조합원들은 그저 허탈하고 분노를 느낄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이번 세타 엔진 품질 비용을 노조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명서에서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비롯한 13건의 품질 문제가 생겨,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면서 “연구개발비와 품질 설비투자 미비로 인한 품질 클레임 충당 비용은 전적으로 사측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매듭지었다. 지난 9월 21일 현대차 노사는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했고, 2년 연속 분규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돌파하겠다는 노사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되자, 현대차 노조는 “새 시대에 맞는 신임 회장이 취임한 것에 축하를 전한다”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 경영 실천과 발전적인 노사 관계가 이뤄지길 희망한다”라고 유화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노조와 조합원을 인정하고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 인식할 때 현대차 미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처럼 화기애애하던 현대차의 노사관계는 세타 엔진 품질 비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일단 노사협상을 마무리한 다음 빅배스를 단행했다고 의심한다.  

지난달 끝난 노사협상 교섭장에서 현대차 사측이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에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사측이 빅배스를 발표하고 나서 “무엇을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인지 알았다”면서 “심히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게 분명하게 경고한다”면서 “조합원들이 피땀 흘려 남긴 이익금을 통째로 날려 먹은 품질 관련 경영진을 엄중히 문책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손익계산법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가로채지 말라”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조는 “(이미 끝나버린) 2020년 단체교섭을 사측이 유린한 대가를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며 “내년 교섭은 (노조의) 양보가 없을 것”이라고 이를 갈았다.   더드라이브 / 이장훈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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